경찰, 유족 동의 없이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한 민들레 등 수사 착수
경찰이 유족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친야(親野) 성향 매체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누가 명단을 빼돌려 매체에 전달했는지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은 16일 ‘민들레’와 ‘더탐사’에 대한 고발 사건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이들 매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을 17일 불러 고발인 조사를 한다.
전날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정보 주체 동의를 받지 않고 위법하게 개인 정보를 제3자에 제공한 것”이라며 이들 매체를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전날 국회 예결위에서 한동훈 법무장관이 수첩에 ‘명단 유출 경로 불법 가능성이 높음’이라고 적은 만큼 희생자 명단 유출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여사의 팬 카페 ‘건사랑’, 보수단체 ‘새희망결사단’ 등도 같은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발장을 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도 전날 “희생자 전체 명단은 정부기관 공무원이 아니면 파악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이를 제공한 것으로 추측되는 공무원을 수사해달라고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한 바 있다.
또 명단 공개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대표를 공무상비밀누설과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앞서 민들레는 지난 14일 홈페이지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합니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리고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사망자 실명을 공개했다. 민들레는 “명백한 인재이자 행정 참사인데도 사고 직후부터 끊임없이 책임을 회피하며 책임을 논하는 자체를 금기시했던 정부 및 집권여당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며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했다.
이후 민들레는 반발이 일자 일부 사망자 이름을 ‘김00′과 같이 익명으로 수정하면서 “그래도 (실명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명의 이름은 삭제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