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한인 선교대회 때, 한국교회 초대 선교사였던 고 방지일목사님의 육성이 담긴 동영상이 소개되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에 병상에서 촬영한 영상이었습니다. 그 영상에서 방지일목사님께서 후배 선교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선교사가 죽지 않으면 선교는 선교사의 직업(job)일 뿐입니다!"
이 말씀은 목회자인 제게도 그대로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목사가 죽지 않으면 목회는 목사의 직업일 뿐입니다!” 존 스토트는 [제자도]에서 “우리의 사역 현장에 열매가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죽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지금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이런 그리스도인들이 많습니다. 여전히 자기 혼자입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많은 사역자들이 이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그래 내가 죽어야 돼” “이제는 죽어야지!” 합니다. 그러나 정작 죽음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죽는지에 대하여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역자들에게 죽음이 불분명한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갈 2:20) 하였는데, 우리는 감히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라고 고백하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죽음이 모든 의지적인 노력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죽었다는 것이 아무런 판단이나 생각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이 죽었다는 것입니까? 죽음은 더 이상 자기가 자신의 주인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죄는 끊임없이 자기 소견에 옳은대로 판단하고, 자기 만족을 추구하며 자기가 원하는대로, 자기 중심으로 살려는 욕망입니다. 죽음은 바로 자기 중심성이 죽은 것입니다. 그래서 자아가 죽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죽음은 우리가 노력하여 이르는 경지가 아닙니다. 십자가에서 주께서 이루신 일입니다. (롬 6:3-4) 우리는 그것을 믿을 뿐입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새 주인으로, 왕으로 영접하여 사는 것입니다.
죽음이 분명한 사람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의 주님되심이 분명한 사람입니다. 마음에 왕이신 주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입니다. 사도 바울은 자신의 사역에 대하여 “그리스도께서 이방인들을 순종하게 하기 위하여 나를 통하여 역사하신 것 외에는 내가 감히 말하지 아니하노라” (롬 15:18) 라고 고백했습니다.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입니다.
주 안에서 죽은 자가 되려면 내주하시는 주 예수님을 바라보는 눈이 뜨여야 합니다. 골 1:27에서 “너희 안에 계신 그리스도” 라고 했습니다. 주의 종은 예수님에 대한 지식이 풍성할 뿐 아니라 자신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알고 친밀히 동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자신이 사역하지 않고 주님께서 사역하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사람이 죽은 사람입니다.(유기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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