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분이는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에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배고픔과 추위는 언제나 따라다니는 친구였다. 훗날 부잣집에 몸종으로 팔려갔다. 대신, 소녀의 부모는 음식을 받아 허기진 소녀의 동생들의 배를 채울 수 있었다. 허기와 추위 친구외에 다른 친구들이 더 생겼다. 고된 노동과 구타였다. 혹독하게도 추운 어느날, 두 손과 한쪽 발에 동상이 걸렸다. 동상의 고통이 그 무거운 삶의 무게에 더하여 졌다. 몇달 후,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주인은 그녀를 서양 의사에게 데려와 “저 서양 의사가 널 빨리 낳게 해 줄터이니, 이용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라” 는 말을 남기고 가버렸다. (중략)
9월의 어느 날. 햇볕을 받으며 앉아 있는 옥분이는 훨씬 건강해 보였다. 소녀는 작게 명랑한 목소리로 흥얼대며 손이 없는 두 팔과 발이 없는 한쪽 다리를 들어 보였다.
“아주머니, 보세요. 아주머니가 가시고 나서, 의사 선생님이 내 아픔을 다 잘라내 주셨어요.”
(중략)
“옥분아, 그래 얘기해 봐. 뭔데?”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저기요… 곧 아주머니 나라로 돌아가실 거예요?”
“그래, 그렇단다. 한 일 주 쯤 있으면.”
“그럼 저희들에게 이 크리스마스 트리하고 선물을 보내 주신 아주머니 친구들 다 만나실 거예요?”
“응.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게 하시면 다 만나겠지!”
“그럼요… 저기 부탁하나 드려도 돼요? 옥분이가요 감사드린다고 전해 주실래요?”
선교사는 소녀의 고운 간청에 감동을 받아 그러겠노라 했지만,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옥분아! 어떻게 하지? 내 친구들이 너를 모를텐데. 너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까?”
소녀는 재깍 답했다.
“뭐 그럼… 음, 조선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 그래요 이게 좋겠어요. 오늘 제가 사는 이 나라에서는 저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는 거여요.”
“옥분아. 네가 전에 말했던 걸 생각해 봤는데… 그래, 내 친구들에게 조선에서 제일로 행복한 소녀가 감사하다고 그런다고 말할께. 그런데 말이다. 네가 왜 제일 행복한지 말해주면 내가 친구들에게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잠시 옥분이가 눈썹을 찡그리며 곰곰히 생각하더니 환한 얼굴로 말했다.
“좋아요. 쉬워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그거 잘 됐네. 내게 말해 주겠니? 자, 그럼 내가 하나 둘하고 세어볼께 말해보렴. 제일 처음이 뭔데?”
“왜냐고요? 음… 제가 제일로 행복한 처음 이유는요… 아픈 고통이 다 떠나갔기 때문이예요.”
“하나”
“아, 맞아요! 한번도 얻어 맞은 적이 없어요 여기 와서는요.”
“둘”
선교사는 목에 뭔가가 걸리는 것 같았다.
“음, 또… 여기 와서는요 한번도 배고픈 적이 없었어요.”
“셋”
선교사는 목이 메여 왔다. 침을 삼킬 수 없었다.
“그리고… 맞아요! 의사 선생님께서 제가 그 사람들에게 정말 돌아가지 않아도 되고 여기서 오래 오래 살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넷.”
선교사는 생각했다. 시설도 남루하고, 사람들로 득실거리고, 불편하기만 한 병원이 한 영혼에겐 영원한 집이 되다니. 머리속에 그런 그림을 그려보았다.
“아, 그리고 이걸 까먹으면 않돼요. 하나 더 있어요. 크리스마스 트리요. 그처럼 이쁜 것 본적이 없어요.”
“다섯.”
선교사는 일곱개의 금장식이 달려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다 보았다. 그것은 다른 나무들을 자르고 남은 것이었다. 선교사는 미국에 있는 자기 여동생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저 나무 하나로만 만족해야 한다면 뭐라고 말할지 궁금해 졌다. 자기 앞에 앉아 있는 소녀을 다시 보았다. 옥분이는 잠잠했다. 슬프지 않은 듯 한데, 눈은 눈물을 머금어 빛이 나고 있었다.
“옥분아, 왜 그래? 다 말한거야?”
“아니요. 하나 더 있어요. 제일 마지막으로요. 아줌마도 아시잖아요? 있잖아요… 사람들이 제가 예수님께 기도하면, 예수님께서 제 죄를 걷어가 주신다고 했어요. 예수님이 두 손과 두 발 모두 있는 사람들한테 하신 것 처럼요. 사람들이 그러는데요 예수님이 저도 사랑하신데요. 두 손이 없고 발도 하나 밖에 없는 옥분이를 말이예요! 그래서 저는 기도 드렸어요. 그랬더니 예수님이 정말 그렇게 해 주셨어요. 예수님께서 제 죄를 전부 거둬가 주셨어요. 예수님은 절 사랑하세요. 내 맘속에 그걸 느껴요. 이게 다예요. 이제 아주머니 친구들에게 말하실 수 있죠? 아주머니, 저는 정말요 조선에서 제일로 행복한 여자 아이예요! 친구분들께 꼭 말씀해 주세요. 옥분이가 감사드린다고요. 꼭요, 네?”
선교사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는 메인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
“그래, 옥분아. 내가 가서 꼭 말할께. 하나님께서 널 축복하시길 기도한다. 말할께, 가서 꼭 말할께.” (출처 http://me2.do/FA7Ok1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