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진을 하게 되면 이것 저것 다 찍어보고 싶어진다.
꽃도 찍어보고 싶고, 새도 찍어 보고 싶고, 인물도, 풍경도 다 찍어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것은 초보자의 욕심일 뿐이다.
흔히들 사진에 입문하여 일 년이 지나면, 어떤 카메라가 좋은지, 어떤 렌즈가 좋은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꽃을 찍기 위하여 마크로 렌즈를 사들이고, 새 사진을 찍기 위하여 장망원 렌즈를 산다.
그리고 인물 사진을 멋지게 찍고 싶은 마음으로 인물용 렌즈도 구매한다.
또 여행용 렌즈도 구매하고 아무튼 주변에 누군가가 이 렌즈가 좋다, 저 카메라가 좋다 하면, 다 사고 싶은 욕망으로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이런 것을 장비병이라고 한다.
카메라가 좋고 렌즈가 좋으면, 훨씬 더 좋은 사진을 찍을 것이라는 헛된 상상을 한다.
물론 좋은 장비가 좋은 사진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 좋은 사진은 장비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말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자신이 찍어야 할 대상에 집중해야 한다.
아이들의 미소를 찍고 싶다면, 아름다운 노을, 장엄한 폭포, 화려한 꽃에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그런데 마음을 뺏기다 보면, 정작 자신이 찍어야 할 어린아이에 집중할 수 없다.
아이의 미소는 순간에 사라진다.
온 마음과 정신을 집중하여 아이를 바라보지 않는다면, 순간에 사라지는 아이의 미소는 결코 찍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가는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전문 사진가는 많은 렌즈를 자랑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찍어야 할 대상을 분명히 알기에 필요한 렌즈 한두 개로 만족한다.
선교 현장에 가보면 어떤 선교사는 한두 가지 사역에 집중하는가 하면,
반대로 이것저것 무한정 벌려 놓는 선교사도 있다.
학교도 하고, 병원도 하고, 고아원도 하고, 교회 개척도 하고, 노숙자도 돌보고, 신학교도 한다.
그가 벌여놓은 일은 많지만, 정작 마무리는 잘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한계가 있다.
다 하고 싶지만 다 할 수 없다.
포기할 것을 포기할 줄 알 때 제대로 된 사진가가 될 것이다.
(캐나다 세계 선교대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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