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월요일이다. 한 주의 시작. 아침에 일어날 때면 몽롱함에 시간과 공간이 좀 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내 방은 아침햇살이 창으로 한가득 들어온다. 가끔은 한참 시간이지나 해가 중천에 뜬 것은 아닐까하고 마음이 철렁한다. 아침의 몽롱함에 그냥 누워 있는다. 그때마침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알림을 맞춰두었지만 그 시간에 일어날 생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알람을 듣는 일은 별로 없지만, 오늘은 그런 시간에 잠에서 깨었다. 휴대폰을 잡아 들고 알람을 껐다. 내가 그날 아침 가장 먼저 알게 된 소식은 부고였다.
몇 년 전에 나와 함께 교회를 다녔던 나보다 몇살 어린 청년. 물어물어 연락을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몇 년 전에 함께 교회 다녔던 사람인데요...자살이라고 한다. 마음이 콱 막혀온다.
나는 기억이 난다. 그 아이가 처음 교회에 나왔을 때 나는 소그룹 모임 리더였다. 나에게 말하기를 교회는 처음 나오지만 예수님이 살아계시고 성경이 하나님 말씀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였다. 얼굴이 잘 생기고 키도 컸지만 표정에서는 무언가 참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도 나와는 이야기를 잘 했었다. 같이 밥도 먹고 진로에 대해 많은 조언도 해주었다. 배우고 있는 것들 열심히 잘 해보라고 격려도 많이 해주었다.
삶은 어렵고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결실이 올 것이다. 지금 더딘 것에 염려하지 말고 오늘은 더 열심히 살아라. 그럼 분명히 돌아온다. 그렇게 말해주었던 것 같다. 부득불 내 차로 집에 데려다주며 성경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그랬었다. 그러다가 나는 개인사정으로 교회를 옮기게 되었다. 그래도 나에게 연락하던 아이였다. 보고 싶다고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냐고 물어보고 그랬었다. 그 후로는 명절 때마다 나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는 답장을 했다. 이렇게 까먹지 않고 명절에 연락을 해주니 덕분에 참 기쁜 명절이 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연락이 왔었다. 고맙다. 행복하렴. 사랑 많이 받고 복 많이 받으렴. 이렇게 답장을 했다. 그런데 나는 너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었을까? 나는 너를 알고 있었잖아. 너의 마음을 나는 알았는데 말이야. 외롭고 힘들고 지쳐있는 너를 알았는데... 죽기전에 목사님께 힘들다고 얘기하고 싶다고 연락을 했나봐요. 그런데 목사님이 바쁘셔서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그러셨는데 그게 마지막이에요.
나에게 한번만 더 연락해보지. 그냥 그렇게 안부문자 말고 힘들다고 한번만 연락해주지. 미안하다. 내가 알고 있는게 다 무슨 소용이니. 내가 외우고 있는 성경말씀이 다 무슨 소용이니. 너를 위해 기도하지 못하고 너를 위해 나의 옷을 벗어주지 못한 내가 무슨 그리스도인이니.
전화기에서 한마디 더 나에게 한다. 잘 모르지만 당신 얘기 종종 했어요. 보고 싶다고...
내가 너에게 좀 더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내가 더 그리스도인 다웠더라면,
내가 더 기도하는 그리스도인이었더라면,
내가 성령충만한 그리스도인이었더라면,
내가 예수님 같이 말하기 편한 그리스도인이었더라면,
내가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더라면,
내가 가까이 있는 그런 사람이었더라면,
그랬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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