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논쟁을 하지 말자더니- (2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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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화통일의 위기를 간신히 모면한 나라의 국민이 붉은 빛에 대하여 민감하고 그 빛깔을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색채에 대해 과민하던 시절에는 교도소에 갇혀있는 죄수에게 붉으스레한 담요를 한 장 넣어줄 수도 없었습니다. 하기야 6‧25의 비극을 몸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김일성 편을 드는 반역자들을 대한민국 땅에 용납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살벌하던 6‧25 전쟁의 현장에서 ‘빨갱이’는 죽은 목숨이었고, 어린 딸의 머리에서 이를 잡 듯, 한 마리도 살려두지 말고 다 죽여야만 하는 것은 딸을 사랑하는 엄마의 어쩔 수 없는 마음가짐이었을 것입니다. 무력으로 감행한 남북통일이 실패로 돌아가자 북의 대남정책은 일대 전환기를 맞이했습니다. “색깔을 바꾸어 가지고 침투하라! 민중봉기로 남한을 엎어버리면 피를 흘리는 전쟁을 하지 않고도 적화통일은 가능하다”고 믿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간접침략’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입니다. 군사독재가 물러나고 민주화의 수위가 높아지고 경제도 크게 성장하여 국민이 모두 밥술이나 먹게 되니까 김영삼이 여당으로 들어가 대통령의 자리를 따내면서부터 ‘반공’이니 색깔논쟁이니 하는 것은, 여전한 대남공작에도 불구하고 퇴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놈 빨갱이 아니야?”하는 말은 가장 무식한 사람이나 내뱉는 시대착오적인 넋두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더욱이 초대 중앙정보부장으로 박정희 천하의 제2인자이던 김종필이 김대중과 손잡고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서 그를 15대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김대중 손으로 그의 후계자 노무현을 청와대의 주인이 되게 하였습니다. 그때로부터 색깔 논쟁을 하는 자는 시대에 뒤떨어진 낙오자로 낙인이 찍히게 되었으니 대한민국 자체가 붉으스레한 빛으로 물들었다 하겠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